17 Desert
Desert
30x30cm
Acrylic paint on hinoki cypress, Birch, Stone gel medium
2026

Desert & Wave
삶은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지 않는다. 그리고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는다. 때로는 끝없이 버거운 흐름으로 몰아치고, 때로는 고립된 채 정지된 듯 느껴지는 시간을 건너야 한다. 나는 이러한 극적인 감정의 국면과 시련의 형태를 자연의 장면인 ‘사막과 파도’로 치환해 시각화하고자 했다.
<Desert>와 <Wave> 시리즈는 본질적으로 나에게 닥쳐온 시련의 얼굴들에 관한 기록이다.
고통이 덮쳐오던 날도 있었고, 버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간이 있었다. 그러나 결국 그 시기들을 통과해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다면, 시련은 단순히 파괴나 침식이 아닌 변형과 성숙을 만들어낸 힘이었을 것이다. 작품 속 병들은 사막에 고립되어 있거나, 파도에 휩쓸리며, 모래와 물결의 흔적을 몸에 남기고 있다. 이는 시련으로부터 도망치는 존재가 아니라, 시련을 몸에 새기며 살아남아온 존재를 상징한다.
<Desert> – 고립의 시간, 마른 감정의 계절
사막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으며, 방향도 속도도 잃게 만드는 공간이다. 삶의 어떤 시기에는 감정이 메말라버리고, 도움도 기대도 사라진 듯 느껴진다. 사막 속 병들은 내가 혼자 버티느라 갈라지고 마모되었던 시간을 담고 있다. 뜨거운 햇빛, 바람의 마찰, 모래의 마모는 모두 견디는 시간의 형식이다. 사막의 고통은 고독을 강요하지만, 바로 그 고독 속에서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. 사막은 잔혹했지만, 그 시간을 견디며 형성된 흔적은 나를 지탱하는 가장 깊은 층이 되었다.